운조오르기/도봉산 구석구석

[스크랩] 구정 년휴 도봉산 번개 산행

황준기 2012. 12. 25. 12:08

  :  2012년 1월 24일(음력 1월 2일)

 

어디  :  다락능선 - 포대능선 - 도봉주능선 - 우이암 - 끝봉 - 방학능선 - 방학동성당

 

  임진년 새해를 맞아 늘 희망을 말하는 행복한 한 해 되시기 바랍니다.

년휴 내내 방구들에 뒹굴다 보니 온 몸이 뭉그러져 나태하기가 끝없고 하염없는 먹거리를 위장에 잡아 넣다보니 내가 사람인지 돼지인지 분간이 어렵습니다.

하도 숨 막혀 하루는 산자락을 거닐며 코에 바람을 쏘여야 하겠다는 일념으로 번개 공지를 합니다. 아침을 후딱 헤치우고 어제 남은 차례 음식에 음복주도 덜어, 바랑 가득  담아 내고선 집을 나섭니다.

"뉴스에 예보 하기를 엄청 춥다."  겨우 영하 12` ~ 4` 이 정도야 산 타는 사람에게 별거냐 싶고...  그러나 산을 함게 못한다는 전갈 이외 같이 한다는 목소리가 없으니(?) 아뭏튼 예감이 안좋아  문자 보냅니다."누가 오나요, 아무도 안오나요. 햇살이 찬란한 하루 입니다.

하늘을 보세요 색이 곱군요" 그러나 아무도 대꾸가 없읍니다.

10시10분 망월사역 도착, 주저없이 산길로 접어 듭니다.

역시 나 혼자다...  번개를...  많은 번개 산행에도 혼자 하는 적은 없었는데... 

그냥 갑니다. 눈물을 머금고

마침 김용신 대장 전화, 얼마나 반가운지 "아버님 운명 하셨단다" 

그냥 아무말도 못하겠고, 공연히 미안 스럽고...

 

  주차장 도착하니 10시 30분, 다락능선을 향해 힘차게 발을 내딛습니다.

"잘됐다, 오랜만에 풀코스 힘것 달려보자"

구슬 같은 땀은 쏟아지고 가쁜 숨결에 토약질이 나서, 입고 있던 거적대기 벗어 버리고 나니 몸이 꿈틀거리며 시원함과 가벼움 그리고 생동감이 넘쳐 나는듯 합니다.

눈길 따라 보이는 곳에 망월사가 한 눈에 들어오고 저 멀리 파란 하늘과 맞닿은 곳에 도봉의 주봉들이 파노라마 치듯 병풍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 장쾌함과 씩씩한 기상에 매료되어 나의 두 다리에 부쩍 힘이 실리는듯 합니다.

GO, GO  그냥 앞만 보고 정신 없이 걸어 나갑니다. 어찌 휴일인데 산꾼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춥다 춥다 너무들 쫄았나" 근래 보기 힘든 호젓한 산행길 입니다. 나무들이 이 추위를 이기는 방법이 홀랑 빨개 벗는거라 들었는데... 우리 인간들은 반대로 잔득 끼워입고, 잔득 무성하게 나무들이 옷을 입을때는 홀랑 벗고 다니는게 인간이고 ...

자연과 반하는 우리의 인생, 음양의 이치인가? 산자락 이곳 저곳 떨어져 뒹글고 뭉개져 있는 나뭇닢의 퇴색된 빛깔이 점점 흙 색깔에 가까워지고 ... 

모든것을 받아들이는 대지, 자연의 주검을 넓은 가슴으로 받아들여 자신과 같은 존재로

승화 시킨후 새롭게 만물을 만들어 가는 대지의 위대함 그리고 자연의 성스러움에 고개 숙여 경애을 표합니다.

 

  11시 40분 드디어 포대 도착, 발을 뛰고 올라선 시각이 1시간 10분, 아아 몸이 뿔었다.

한참 이 산자락 헤메고 다닐때는 50분이면 충분 했는데...

저기 이불속에 누워있는 변범구회장이 보이는 듯 하고, 춥다고 극장에 간 사람도 보이며,

열심히 가족들과 친지들 인사 다니는 분들도 보입니다. 물론 삶을 영위하기 위해 땀 흐리는 분들도 계시고요...

아뭏튼 나는 자운봉 앞에 서서 파란 하늘의 기상을 나의 가슴으로 받아 드리고 매섭게 몰아치는 서북풍이 나의 머리를 부드럽게 감싸 줍니다.

여러분 이 기분 최곱니다. 혼자 느껴서 죄송합니다.

 

  오랜만에 포대 V 협곡을 넘어 갑니다. 산꾼이 없다보니 괜시리 썰렁 하기도 하고 아뭏튼 발동기는 힘차게 돌아가고 지체 없으니 전속력으로 운행 합니다.

산행하고 3시간, 우이암 지나 저 앞에 끝봉이 보이는 바위 안부에 도착합니다.

저 앞 삼각산의 우람찬 모습에 넑을 빼앗기기가 너무 아까울 정도로 사방의 산 풍경에 홀딱 빠져 정신이 우매 합니다.

새싹이 돋아나는 초여름이면 눈밑에 들어서는 솜사탕 같이 폭신해 보이는 연두색 물결에 훨훨 날아 떨어지면 살포시 받아 줄거 같은 착시를 느끼는 이곳, 그런데 지금은 밑자락을 쳐다보니 시커먼 산빛깔이 두렵습니다.

조망좋은 이곳에서 때늦은 오찬을 즐깁니다. 따사하게 비춰주는 햇살과 봄날 내 뺨을 어루만져 주는 듯한 부드러운 바람을 섞어가며 나의 시장기를 매워 갑니다.

그리고 따듯하게 대핀 정종 한 잔 ...  환상 입니다.

왕의 수라상이 이만 하겠습니까.

 

  이제 하산길에 접어 듭니다. 신선이 노닐던 이 숲속에서 속세로 내려 서자니 마음이 복잡해 옵니다. 이 평안함 이 행복, 모든 것을 접고 비우고 이렇게만 살수있다면 아마 최고 겠지요.   아차, 어어...  폭싹 ...  나무 등걸에 걸려 비탓길 밑으로 엎으러 집니다. 

바지 가랑이 올려 보니 일자로 상채기나고 피가 흐르네요.

아이구 눈물 한 방울 떨어집니다.

험한 산자락 다 비켜가고 이제 하산 마무리 인데... 정신차리자.

 

  오늘 하루종일 산자락 해메면서 느낀 생각입니다.

어느분 말인지 가물가물 하지만 " 앞으로 필요한 덕은 베풀고, 피할수 없는 것들은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 지혜롭다"                                                 

 

                                                                             雲照     黃 俊 起

 

 

 

 

출처 : 훼미리 산악회
글쓴이 : 황준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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