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조오르기/도봉산 구석구석

우이 끝봉에서 여성봉 그리고 진흥관으로...

황준기 2012. 11. 9. 15:16

아! 아무도 카메라를 가지고 오지 안았다.

어릴적부터 카메라와 카라멜을 구분하지 못해 고민 한 적이 많다.

주변 동무들 한테 물어봐도 다 똑같다.
하기야 그 시절 카메라는 구경도 해보지 못했고

카라멜은 양키들이나 먹던 음식이니 겨우 한다는 양놈말이 "기브미 쵸코렛!!!"
이었으니...
ㅋㅋㅋ 당연히 카메라와 카라멜을 구분 한다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나는 지금도 직장이나 친구들 모임에서 영어가 섞인 말을 듣는 경우 바짝 긴장을 한다.

한 공간에서 바보가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보니 스스로 나자신을 방어하고 변명하기 위해 움추러 드나보다.

오늘 삼각산을 다녀와서 지난 산행에 대한 느낌을 적어본다.

9월 19일 일요일, 날씨는 꾸물꾸물 하는데 내몸도 꾸물거리고 모처럼 가자고 마음 다졌던 산행을 위해 집을 나선다.
과연 누가 산행을 할가? 혹여 나 혼자 아닐가?

휴대폰에 부재자 전화... 누구시죠? 아! 변부회장님...
"어디서 만나는거요"

그 투박한 전화 목소리 얼마나 반가왔는지?

좀 있으려니 "미안해요 조금 늦어요" 임복림님...
반가와라 나 혼자는 아니네...

"권혁천,한영숙,이의관,박래복,변범구,구영순,임복림,황준기" 이렇게 8명 장도를 걷는다.

우이동 경찰 지구대에서 우이능선으로 산행을 시작하고...

깜깜한 새벽 매년 신년산행에 걷던 길인데도 불구하고 밝은 오늘 이 길이 매우 날설다.

그런데도 너무 부드럽고 솜뭉치 같은 산길이 나의 걸음 걸음을 가볍게하고 온몸에서 쏟아져 나오는 열정이 이 산 가득 넘쳐나게 쏟아져 나온다.

한걸음 한걸음 그리고 산자락 한구석 한구석에 나의 지난 추억과 꿈이 녹아있고 많은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애절함과 애틋함이 잔잔히 배어 있다는 생각에 부푼 가슴이 터질것 같기도 하고 기쁜건지 슬픈건지 구분도 안되는 눈물이 뺨을 적시는데 너무 당혹스러웠다.

미친놈 지랄같은 감성에 질질짜서 그러나 집을 나설때 부터 우려했던 빗줄기가 우이암 근방부터 쏟아지기 시작한다.

어쩔쭐 모르고 당황도 해보았지만 해결 할수도 없는 일, 편한맘으로 이 순간을 즐길 생각으로 온몸으로 비님을 맞아 드리기로 작정을 한다. 흐끈한 열기에 달아오른 가슴의 불덩어리를 시원한 빗줄기가 씻어 내리고 차갑게 마음을 평정해 준다.

오히려 숨차고 버거운 산행을 빗님이 시원하게 길을 열어주어 우리 일행의 행보를 축하해준다.

교과서 같은 산행을 한다. 약속 했듯이 위 사진에 열거한 장소들을 빠짐없이 밟아 나가고...

작은 끝(좇)바위, 너무 성장 미숙이라나(?) 다음에 크게 만들어 논대나(?)

굻은 빗줄기 앞에 보이는 우이암...

간신히 음식에 비를 피하게 만들고 먹는 점심식사...

보일듯 보이지 않는 오봉...

그리고 여성봉, 뭔가 미진하고... 워낙 사람들이 문제이니... 땟장을 입혀야 하는데(?)

男 과 女 에 대한 산행 결과이고...

흠뻑 젖어 기쁜 날, 우린 이렇게 산행을 했다.

그리고 젖은 옷에서 오는 차가움을 따듯한 짬봉 국물로 말렸다.

"참 행복한 산행이었고 기쁨이 넘치는 하루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