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다발/이 기 철
구름 흩어지고 나면 골짜기는 온통 달빛의 모래밭이다.
높은 곳에 둥지 튼 새들은 가장 늦게 어두워지고 가장 먼저 그날의 햇빛을 받는다.
상수리 열매는 무거워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고 제 열매가 익어서 떨어지는 것이다.
온종일 느티 그림자가 땅 위를 비질해도 가랑잎 하나를 옮겨놓지 않는다.
흙탕물은 아무리 흐려도 수심 위에 저녁별을 띄우고
흙은 아무리 어두워도 제 속에 발 내린 풀뿌리를 밀어내지 않는다.
벼랑 위의 풀뿌리는 제 스스로는 두려워 않는데
땅위에 발디딘 사람들만 그 높이를 두려워한다.
겨울 나무의 바람 소리는 바람이 우는 것인가 나무가 우는 것인가.
즐거움은 쌓아둘 곳간이 없고 슬품은 구름처럼 흘러갈 하늘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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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초상집 구석에서... 소주잔 기우리며 인생무상 읊조리다보니
몸이 피곤 했는지 날밝음도 모르고 꿈속을 해메는데...
신완섭군 전화에 눈을 뜬다.
삼육대 출발 한데나... 시각을 보니 9시40분...
고양이 세수에 주섬주섬 옷 찾아 입고 바랑 메고 집 나서는데
시계는 이미 10시 10분을 너머서고 있다.
급히 산정상에 올라서서 위치 확인하니
헬기포터를 지나고 있다나...
하긴 30여분 만에 올라 왔으니...
느긋하게 양지바른 바위위에 쪼그려 앉아
동무들 오기를 기다린다.
곧이어 우리 동무들 걸어오고 있고...
반가움에 인사치레하고 출석부도 체크해본다.
까까머리에 여드름 투성이던 어릴적 모습이
희끗희끗 흰머리를 날리면서도 은연중 배여나온다.
자일 잡고 오르내리는 모습이 무언가 서투르고
바위산의 경사에 친숙하진 못해도
산을 오르고 내리는 즐거움에 파안대소 하는 모습이
참으로 행복해보이고 건강해 보였다.
미안타...미안네... 자네 환송도 못해주고 ...
젊은 鬪魂이 넘쳐나는 우리 영재님...
새해 떠오르는 해가 당신에게 아름다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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