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 2007.12.02
누가 : 훼미리산악회,아마동,황준기
일정 : 동구주차장 - 미륵바위 - 병풍바위 전망대 - 철사다리 - 만경대
남근바위 - 절고개 - 현등사 - 민영환바위 - 동구주차장
날씨 : 조금 흐린 날씨
새벽녘 눈을 뜨고 시계를 들여다보니 겨우 5시도 되지 않았다.
창문 열고 공기의 차가움을 느껴보지만 별로 반응이 없다.
여유 시간이 있으니 느긋하게 주전자 물 받아 올려놓고 찻물을 끓인다.
보글보글 물끊는 소리와 폭폭 솟아나는 수증기가 어릴 적 연탄난로에
언 손을 녹이며 추운 밤을 지새던 생각이 난다.
비가 온데나 눈이 온데나? 일기불순 할 거 같고 ... 혹여 모르니 윈드자켓을
바랑에 담아본다. 길을 나서는데 우려와 반대로 기온이 포근하다.
흡족한 마음으로 지하철에 몸을 실고 산행 출발지 미아삼거리로 향한다.
버스가 주차장에 도착하고 주섬주섬 장비 챙겨 내려서보니...
바로 옆에 M/T 산악회 버스가 주차되어 있다.
1년 조금... M/T에서 분리되어 훼미리가 조직되었는데...
이렇게 같이 산행하기는 처음 일세?
주차장을 나서면서 두부를 주 요리로 하는 주막집들이 난무하고, 그 옆을
지나치면서 산길을 잡아 나간다.
현등사 초입을 알리는 일주문(一柱門)이 보이며 여기서 길을 막아놓고 통행료
징수가 이루어진다.
일주문 앞면 우측으로 삼충단(삼충단(三忠壇)은 조병세(趙秉世), 최익현(崔益鉉), 민영환(閔泳煥) 선생 세분의 충절을 기리는 제단)이 있고 일주문을 통과하면서 산행을 시작한다.
현등사 가기 전 우측, 급한 산비알을 올라서면서 땀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곤충이 껍질을 벗겨내듯 여기저기 배낭 내려놓고 옷 벗기에 바쁘다.
한 산자락 올라서니 병풍 펼쳐있듯 장관을 이루고 있는 병풍암이 우리 앞을
가로막고 서있다. 벌어지는 입을 간신히 자제하고 장엄한 경치에 쿵덕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호젓한 산길 발걸음을 서둘러 나간다.
앞뒤로 이리저리 솟구치고 막무가내 널 부러져 있는 암릉 구간을 힘들여
올라서다보니 우측으로 대 슬립 커다란 암벽 여기저기 달력에서나 봄직한 멋진
소나무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정신없이 사진 찍다보니 시간 가는 것도,
여기저기 미끄러져 살이 까인 것도 모른 체 무아지경(無我之境)에 도취되어
버렸다.
미륵바위
쇠줄 사타리는 계속 이어져 있고 한 없이 올라서다 보니 조그만 안부에 산악회
선발인원이 모두 모여 있다. 앞길 만경대를 중심으로 병풍바위가 펼쳐져 있고
걸어온 길 돌아서보니 미륵바위가 우뚝 서있는데 그 경관이 오늘 산행의 最高美 인 듯하다.
과연 전망대라 해도 손색이 없을 위치라! 위치 잡고 카메라 포즈 잡아 선발에서
후미까지 빠짐없이 셔터 눌러가며 작품 만들려 노력 했는데 ...
(박종화 총무님 曰 “조작 MISS로 반은 잘 찍고, 반은 버렸다는데...”
정상을 향하는 길 철사다리 놓여있고...
그 밑 옛 사다리(오르려면 장난이 아니었겠다) 남아있는데...
지금이라도 사다리 다 철거 시키면 운악산 정상은 암꾼들만 오르겠구나?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걷다보니 옛날 집 안마당 같은 안부에 정상석 하나
서있고 옹기종기 산님들 기념사진 찍느냐 분주하다.
11시부터 시작한 산행이 벌써 오후 1시가 훌쩍 넘었고 빈속을 막걸리 몇 잔으로 달래가며 원만한 날씨로 쾌활한 산행을 보장해준 하느님에게 감사해본다.
이 바랑 저 바랑에서 주섬주섬 음식들 나오고 정상 주 한 잔씩으로 주린 배 채운 후 하산 길 재촉해 산을 내려선다.
운악산 남근석
관악산 남근석
내려서는 길 좌측으로 남근석이 보이나... 별로 신통하지도 않고(?) 구전 될 만큼 영험해 보이지도 않는데... 관악산 남근석 정도는 돼야지?
절 고개에서 현등사 방향으로 급경사를 내려선다. 한두 사람 엉덩방아 찌었지만 다행히 무사 산행 완료 했고...
한 무리는 현등사로 향해 절집 구경을 한다.
현등사는 신라 법흥왕(法興王) 때에 인도의 승려 마라아미를 위하여 창건하였고 고려 희종(熙宗) 때 보조국사(普照國師) 지눌(知訥)이 재건하여 현등사라 이름하였다 한다. 보조국사가 폐허의 절집을 발견했을 때 석등(石燈)의 불빛만은 밝게 비치고 있었으므로, '현등(懸燈)'이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오후로 접어들면서 살살 불어오는 산바람에 절집 처마 자락에 나부끼는 풍경을
쳐다보며 모처럼 평화스러움을 느껴본다.
108계단을 내려서고 불이문(不二門)을 나서면서 드디어 운악산을 벗어나
속세에 내려선다.
속세에 귀향한 기념으로 시원한 가평 잣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단백한
손 두부로 허기진 배를 채우며 따듯한 생태찌개로 몸을 녹이니...
아아!! 행복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