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조오르기/산 이야기

설악 단풍(희운각 - 소청- 백담사) 4

황준기 2012. 11. 9. 15:59

황준기 단풍놀이

체력을 보강하고 오후 1시 20분경 희운각대피소를 나선다.
여기에 오니 꽤나 많은 산님들로 붐비고 있다. 오르고 내리는 인파에 길이 막혀 자주 걸음을
쉰다. 공룡부터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걸어온 젊은이들에게 소청으로 해서 백담사로 내려
간다 하니 입을 딱 벌린다. 자신들은 소청산장에서 1박하고 내일 백담사로 내려 간다나.
하기야 우리 나이의 절반 밖에 안될 젊음을 가지고도 이리 무리한 일정을 잡지는 않는데...


산으로 올라가면 갈수록 꼭대기에 걸쳐 있던 운무가 밑으로 하강한다.
희운각에 오늘 따라 환자가 3명이나 누워있다. 산길이 미끄러워 안전사고가 많은듯..
매점 아저씨의 조심 산행 당부를 뒤로하고 정상을 향해 급 상승한다.
길마다 질척이고 바위마다 물을 뿜고있어 상당히 미끄럽다.
조심조심 걷는다고 했는데도 전희근님 미끌 - 산비탈로 꺼꾸러지고, 황준기 미끌 - 바위에
양무릎 깨고 주저 앉으니 지나가는 산님들 잡아주고 약 바르고 한참을 수선 떨고나니 둘다
꼴 이 가관이 아니로다. 거지중에 거지요... 바가지만 하나 들고 있으면 딱인데.
산신령의 노여움을 단단히 받나보다.
그래도 길을 나서기에는 커다란 장애가 되지는 않아 다행이다.


산길 우측에 펼쳐진 공룡능선

무릎이 아파오나 말 못하고 희끔 쳐다보니 전희근님도 상당한 통증이 있을텐데 "괜찮아"하는
물음에 묵묵부답. 하기야 아프다고 해서 백담사를 안가나..
아뭏든 저기 공룡을 걸을때는 하늘을 열어 주더만 지금은 서서히 잠가 나간다.
그러더니 이제는 비까지 뿌리고... 하늘의 심술도 얄굳다.


소청삼거리 - 오후 2시 30분
백담사가 무려 11.7 km 겨우 절반이나 걸었겠나. 아직 갈길은 까마득하고 ...


대청은 바로 앞에 있으나 눈에 보이는 것이 없으니 올라갈 일도 없겠다.
1275봉에서 밝게 햇볕을 맞는 대청을 보고 오르리라 마음 먹었건만 지금은 깜깜.
몇번의 설악 산행에서 밝게 맞이하는 대청을 만나지 못했으니 설악은 나를 무척이나 싫어하나
보다. 아니면 나의 덕이 못 미치나...
소청산장으로 발길을 돌린다.

소청 단풍

정상 부위의 단풍은 이미 지고 있다.
오색의 물감을 천불동이나 구곡, 공룡등에게 빼앗겼나보다.


깔금하게 단장된 소청산장

배낭 구석구석 뒤져 내어 빵,사과,치즈등 마구 입안에 잡아 넣는다.
곰이 겨울잠을 자기위해 배를 채우듯 내려설 힘을 보강하기 위해 배를 채운다.(3시경 출발)


적멸보궁 - 봉정암

지금부터 1350여년전, 당나라 청량산에서 3.7일(21일)기도를 마치고 문수보살로부터
부처님의 진신사리와 금란가사를 받고 귀국한 자장율사는 처음 금강산으로 들어가
볼사리를 봉안할 곳을 찾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에서인가 찬란한 오색빛과 함께 날아온 봉황새가 스님을 인도했다.
한참을 따라가다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쳐진 곳에 이르렀고, 봉황은 한 바위 꼭대기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 모습이 봉황처럼, 부처님처럼 생긴 바위였다. “바로 이곳이구나.”
부처님의 사리를 모실 인연처임을 깨달은 스님은 탑을 세워 부처님의 사리를 봉안하고
조그마한 암자를 건립하였다. 이때가 선덕여왕 13년, 서기 644년의 일이라 전한다.

- 사찰문화연구원간 (전통사찰총서-강원도2)

 

 

 

봉정암 사리탑에 올라 두째아이 대학시험을 잘 치르게 해달라 기원하고 사리탑을 담아오려
했으나 밧데리가 OUT. 열심히 산길을 내려 갑니다.






구곡담과 수렴동 계곡의 단풍

현란한 아름다움 보다는 깊고 그윽함을 느끼게 해주는 단풍길이다.


가을을 품고 물줄기를 쏟아내는 폭포


이 길을 내려서면서 할머니, 아주머니등이 주를 이루는 많은 보살들을 만난다.
염불만을 길라잡이 삼아 이 험한 길을 오르는 참배객의 신앙심에 찬사를 보낸다.
그러나 이미 봉정암은 불자들로 포화 상태인데 마구 올라오시기만 하면 어쩌나?
봉정암이던 백담사이던 어떤 대책이 있어야 하는게 아닌가?
산은 옛 산이로되 절은 옛절이 아니로다.
봉정암 사리탑에 서서 석가모니의 자비를 생각해 보자.


산을 내려 수렴동계곡 쪽으로는 아직 단풍이 물감을 덜 칠했다.
아마 일주일 후에나 작업이 끝나려나.


만수담

깊은 계곡 맑은 물 - 즉 담과 소에 어우러진 농염이 짙은 단풍밑에 곡주 한 잔 걸치고 시라도
한 수 읊으면서 시간을 죽여가면 좋으련만...
오늘의 파트너 옆에서 시간없다 자꾸 채근한다.
급히 사진기속에 훔쳐담고 길을 비켜간다.


쪼달리는 시간으로 눈에 가득 들어서는 계곡의 풍광을 바쁘게 지나친다.
아쉬움에 애가 타지만 갈길이 바쁘다.
드디어 수렴동대피소에 도착하고(오후6시) 매점 아줌마 백담사까지 1시간 30분 걸린다는 소리
막차가 7시라는 답, 아고 엉덩이 부칠 시간도 없다.
그냥 뛰고 자빠지고 무조건 앞으로 내달린다. 어둠이 거묵거묵 깔려오고 앞길이 구분도 안되는
데 목표는 백담사, 아니 막차... (차를 못타면 백담계곡을 2시간 걸어 내려가야한다.)
어둠속에 가물가물 버스의 불빛이 보인다. 온 힘을 쏟아 100M 달리기를 한다.
골인(저녘 7시10분) - 기사 아저씨 감사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새벽 4시에 기상 밥 차려 먹고 산행들머리를 설악매표소(오전6시)에서 시작
하여 비선대(6시30분), 마등령(8시45분),희운각(오후 1시),소청(2시30분),수렴동대피소(6시),
산행날머리 백담사(7시10분)까지 13시간에 걸쳐 약 25 km 걸었다.
아니 13시간에 걸쳐 설악의 단풍속에 취해 무릉도원을 해매다 왔다.
물론 다리가 불편해 산행을 같이 못했지만 우리를 태워주고 또한 데려가줄 김창모님 부부에게
감사를 표현한다. 또한 설악의 단풍을 선물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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