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조오르기/눈에 보이는 삼각산

지형지질 삼각산

황준기 2012. 11. 9. 15:28

[지형지질 북한산] 인수봉은 판상절리에 의한 돔형 화강암의 진수

2억~1억6천만 년 전 쥐라기 대보운동(지각변동)의 산물

▲ 북한산의 바위덩어리들은 지하 깊은 곳으로부터 공급된 마그마가 지각의 약대를 뚫고 올라오다가 냉각되어 굳은 이후, 오랜 세월 지표의 삭박과 침식으로 모습을 드러내어 만들어진 것이다.

백두산을 출발한 백두대간이 금강산을 향해 달리다가 추가령(586m)에서 남서 방향으로 굽이쳐 흐르며 한북정맥을 뿜어냈다. 이 한북정맥이 경기도 양주군 서남쪽에 이르러 도봉산을 만든 후 잠시 우이령에서 숨을 돌렸다가 한강에 이르기에 앞서 한 바탕 기세를 올리며 다시 솟구쳐 일으킨 산이 바로 북한산이다.

백두산이 우리 한반도 한민족의 진산이라고 한다면, 서울의 진산은 단연코 북한산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철따라 수려한 옷을 갈아입으며 형용하기 어려울 만큼 아름다운 기암괴석으로 수도 서울을 병풍처럼 포근하게 감싸며 굽어보고 있는 북한산은 서울 시민들에게 너무 가까이 있어 산으로서의 그 진가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인근 도봉산과 함께 서울을 대표하는 북한산은 태산준령은 아니더라도 깎아지를 듯한 웅장하고도 거대한 암봉들이 산지 전체 곳곳에 넘쳐나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남성적인 위용과 근엄해 보이는 기품에 감탄이 절로 나게 한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좋은 산은 서울에 다 있다”고 할 만큼 북한산과 도봉산은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산으로서 북한산이 갖는 특이점은 도봉산과 더불어 산 전체가 거대한 하나의 바위덩어리로 이루어진 암산(巖山)이라는 사실이다. 도봉산의 만장봉, 선인봉, 자운봉, 오봉을 시작으로 북한산의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를 거쳐 다시 남쪽으로 내려 달리며 용암봉, 자단봉, 문수봉, 보현봉, 비봉, 향로봉으로 이어지고, 문수봉에서 다시 북으로 나한봉, 용출봉, 의상봉 등에 이르기까지 제각각의 웅장한 암봉들이 산 전체를 휘감으며 험준하면서도 수려한 산세를 이루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이렇게 거대한 암산이 생겨날 수 있었던 것인가. 그리고 또 이 많은 바위덩어리들은 다 어디서 왔단 말인가. 그리고 산릉과 계곡 곳곳에 기기묘묘하게 생긴 다양한 형태의 암상들은 다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2억~1억6천만 년 전 쥐라기 지각변동의 산물

▲ 북한산의 바위덩어리들은 지하 깊은 곳으로부터 공급된 마그마가 지각의 약대를 뚫고 올라오다가 냉각되어 굳은 이후, 오랜 세월 지표의 삭박과 침식으로 모습을 드러내어 만들어진 것이다.
북한산의 상징인 인수봉을 비롯한 문수봉, 노적봉, 보현봉, 숨은벽, 병풍암 등 걸출한 암봉들이 숱하게 솟아올라 험준한 산세를 이루고 있는 북한산의 이 많은 바위덩어리들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

이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한반도의 지질사에 있어 지각변동이 가장 심했던 중생대로 거슬러 올라가야만 한다. 이 땅 한반도에는 중생대에 크게 세 차례에 걸친 화성활동이 있었다. 먼저 트라이아스기 중기(약 2억2천만~2억1천만 년 전)에 ‘송림변동’으로 인해 평안북도와 함경남도를 중심으로 한반도 북부에 송림화강암이 관입됐다.

이후 쥐라기 중기에서 말기(1억8천만~1억6천만 년 전)에 걸쳐 ‘대보운동’으로 인해 원산~서울을 잇는 추가령구조곡 이남 지역에 북동~남서 방향으로 뻗은 대보화강암이 관입됐다. 북한산, 설악산, 계룡산 등을 이루는 화강암들은 이 당시에 생겨난 것들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백악기 중기 이후(1억~7천만 년 전)에 일어난 ‘불국사변동’에 의해 경상퇴적분지와 옥천습곡대 주변 지역에 소규모의 불국사화강암이 관입됐다.

월출산, 월악산, 속리산, 월악산 등을 이루는 화강암들은 이 때 만들어진 것들이다. 현재 한반도의 암석 가운데 약 30%를 차지하는 화강암은 이와 같이 중생대에 세 차례에 걸친 지각변동의 산물인 것이다.

화강암은 대규모 지각변동에 따른 화산분출과 함께 지하 깊은 곳으로부터 상상을 초월하는 불덩어리인 마그마가 지각의 약한 틈을 뚫고 올라오다가 지하 깊은 곳(대보화강암 12~10km, 불국사화강암 약 3~4km)에서 냉각 고화되어 형성된 것이다.

북한산의 거대한 암봉을 이루는 화강암은 한반도 지질사에 있어 지각변동이 가장 격렬했던 대보운동의 산물로 1억8천만~1억6천만 년 전 사이에 관입된 쥐라기 중기의 대보화강암에 속한다.

▲ 북한산의 상징 인수봉. 깎아지른 거대한 하나의 바위덩어리로 이루어진 북한산의 암봉들을 가까이서 보고 있노라면 중압감에 눌려 입을 다물지 못한다.
현재 북한산을 이루는 화강암을 포함해 인접한 도봉산, 동편의 불암산과 수락산, 한강 이남의 관악산과 청계산 등에 넘쳐나는 우유빛 백색 화강암들은 모두 같은 시대에 형성된 대보화강암으로, 서울 일대의 화강암을 이루고 있어 ‘서울화강암’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지하 약 10km를 넘어서는 깊은 곳에 있던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들은 어떻게해서 지표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는가? 이는 화강암 관입이 이루어진 이후 오랜 지질시대를 거치며 지각의 계속적인 융기와 함께 피복물이 침식과 풍화를 받아 차츰 제거되면서 현재의 지표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 화강암 덩어리들을 덮고 있던 약 10km에 달하는 두꺼운 피복층이 중생대 백악기와 신생대의 지질시대를 거치며 모두 깎여나간 것으로 보아 얼마나 오랜 세월이 흘렀는지 짐작이 가지 않을 따름이다.

대보화강암은 추가령구조곡을 중심으로 북으로는 철원~포천~의정부~서울로 이어지는 노선과, 남으로는 여주~이천~원주~대관령~강릉으로 이어져 있다. 이 가운데 서울 일대를 둘러싸고 있는 서울화강암은 서울에서 의정부와 포천을 거쳐 철원에 이르는 북동~남서 방향의 추가령구조곡과 거의 일치하며 뻗어 있어 마치 한반도에 화강암이 허리띠를 둘러놓은 듯한 형상이다.

북한산을 비롯해 설악산, 도봉산, 월출산, 계룡산, 속리산 등 화강암이 주를 이루는 산지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특징 가운데 하나는 아주 특이하고도 기기묘묘한 형태의 다양한 암석 지형을 목격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화강암 재단의 마술사’라고 불리는 절리(節理·joint)작용에 의한 것으로, 절리는 마치 칼로 무를 자르듯 단단한 화강암을 여러 모양으로 재단해 다양한 형태의 암괴 지형을 만들어낸다.

화강암은 암석의 특성상 매우 단단한 암석에 속한다. 그렇지만 화강암이 일단 심층부에서나 표층에서 물과 접촉하면 쉽게 풍화되어 부서지는 특성이 있다. 실제로 북한산이나 도봉산 등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산지를 등산할 경우 화강암이 풍화되어 쉽게 부서져 내리는 것(화강암의 풍화물을 우리말로 석비레, 썩은 바위, 혹은 푸석바위라 하고, 지형학 용어로는 새프롤라이트 saprolite라고 함)을 흔히 목격할 수 있다.

Page | 1 | 2 |3 |
  

'운조오르기 > 눈에 보이는 삼각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각산 인수봉아!!!  (0) 2012.11.09
山이여 靈峰이여  (0) 2012.11.09
겨울 그리고 봄도 아닌 산 빛  (0) 2012.11.09
첫 눈온 날 - 삼각산  (0) 2012.11.09
백운산장에서 인수제로..  (0) 2012.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