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조오르기/도봉산 구석구석

꿈속에 떠오르는 만월암

황준기 2012. 11. 9. 15:02

때 : 2005년 3월 1일
장소 : 도봉산
일정 : 만월암 - 포대능선 - 신선대 - 뜀바위 - 주봉 - 칼바위능선 - 우이암 - 방학동 천주교
누가 : 황준기 혼자
날씨 : 따듯한 봄날씨




작년 년말 산행에서 비켜 지났던 만월암이 꿈속에 떠오르며 산에서 나를 부른다.
어제 과했던 음주가 오늘 나의 심신을 괴롭히어 마냥 게으름을 피우다 점심때가 되어 산행을 나선다.
도봉산매표소에서 부터 많은 산꾼들에 애워싸여 앞으로 걸어 나가기가 힘이 든다.
이리저리 난폭운전하듯 추월에 추월을 거듭하여 도봉대피소를 지나 석굴암과 만월암 갈림길에서 우측 만월암 방향으로 길을 잡으니 그나마 앞이 확 트인다.

방해꾼 없이 차분하게 산행을 시작하려는 순간 눈앞에 이상한 물체가 지나친다.
급히 사진기를 꺼내어 몇컷 찍으니 시야의 족제비는 이미 사라지고 없다.(오후 12시40분경)
누런 황금색의 족제비가 참으로 얘뻐 보이기는 하나 많은 사람이 왕래하는 산길 옆에 나타난 족제비놈이 어처구니 없어 보인다.

선인봉을 쳐다보며 만월암 방향으로 발을 내 딛는다. 다락능선 쪽에서 보이는 웅장한 도봉산의 봉우리들이 이곳에서는 각도가 아닌가 싶다.
바로 봉우리 밑 부분으로 걸어가는 형국이라 치달아 보일뿐 산세의 오묘함과 장중한 맛이 보이지 않는다.

드디어 꿈속에 어른거리던 만월암에 도착, 바위속 석굴 법당이 나의 마음을 포근하게 잡아 주는듯하다.
만월암 위에 도달하니 여기서 부터는 눈이 쌓여있고 길도 여기저기 얼어있다. 조심조심 미끄러운 길을 빠져나오니 포대능선으로 향하는 끝없는 계단이 펼쳐져 있다.
씩씩 거리며 계단을 오르니 숨이 헐떡 거린다. (계단 418개)
포대 정상에 서서 기지개 펴고 물 한모금 먹으니 가슴 한구석 응어리졌던 체증이 시원하게 날아가 버린듯하다.

포대능선 뒤로 우회하니 제법 눈이 쌓여있다. 버틸수 없어 아이젠을 하고 열심히 걸어 오르니 자운봉 앞은 인산인해, 동대문 시장에 와 있는듯 하다.
산행 초입에는 신선대만 오르고 내려오리라 마음 먹었건만 다리는 우이암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나도 내 자신을 통제 할 수 없으니 발가는 대로 그냥 따라 가리라.
저 멀리 백운대도 보이고 불암산, 수락산도 보면서 시원하고 넓게 펼쳐진 풍광에 만족하며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냥 앞으로 만 내 딛는다.

문득보니 우이암 앞에 서있고, 또 걷다보니 이제는 자운봉이 내몸 좌측 아득히 먼곳에 서있다. 하산길에 자주 들르는 사우나에 들어서며 시간을 보니 오후4시, 아뿔사 또 오버페이스 했구먼...

 

 

 

 

 

 

즐거운 산행이었읍니다. 제가 음복을 많이 했죠.
그래서 안 다쳤을수도 있겠고요. 다음 산행 기대하겠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