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 밖으로 무섭게 쏟아지는 빗줄기를 내다 보며 아쉬움을 가슴에 담고 집으로 향한다.
산기운에 취해 정신없이 자고나니 어딘가 서울로 향하는 고속도로....
빗물에 젖어있는 도로를 미끄러져 가는 중이다.
여름 숲의 짙은 녹음에 애처롭게 녹아있는 빗물에 젖어있는 나무 잎새를 만져보며 오늘의 일정이 시작된다.
태풍 경보로 정작 기대한 산행은 하지 못하지만 ..... 산행날머리에 자리잡은 해인사를 찾아볼수 있음에
한 것 기대감에 들뜬다. 산언저리에 굽이굽이 돌아타고 넘실대는 계곡물의 엄청난 폭주에 겁을 먹고,
엄청난 크기의 계곡물 소리는 장엄한 오케스트라의 연주곡도 근접할 수 없을 만큼 폭팔력을 가지고
나의 폐부를 놀라게 한다.
비에 촉촉히 젖은 산자락의 애절한 모습과 운무에 휩싸인 산봉우리는 보일듯 보일듯 애태우는 여인의 옷벗는
모습같다.
무엇일가? 해인사 가는 길 한곳 한곳이 왜 이렇게 정겨울가? 오늘 처음 접하는 이 길, 나를 애타게 하던
첫 사랑 여인을 만나러 가면서 가슴이 콩당콩당 하듯 왜이리 애절한가?
오래 시간 오고 싶어하던 해인사를 이렇게 우여한 시간에 접할수 있음에 감정이 격했나!
드디어 고적한 산사의 일주문에 도착한다. 엄청난 산사라 착각 해서인가 생각보다 단촐하고
작은 규모에 의아함을 느낀다.
병풍처럼 둘러쌓인 운무에 뒤덮힌 산자락을 뒤편에 세우고 눈앞에 다가선 절집의 포근함이 오랜만에 들른
시골집 같다.
엄청난 규모를 내세우는 사찰은 아니지만 명산 안에 자리잡고 아득히 나를 반기는 대웅전 그리고 마당에
근엄하게 서있는 탑... 석조물들... 천년고찰의 은은함이 배여있는 숨결을 느끼는 듯 하고 들리듯 들리듯
이어지는 독경 소리가 나의 온몸을 감싸는 것 같다.
대웅전 뒤로 돌아 팔만대장경이 보관 되어 있는 전각 앞에 서니 잠시 숨이 멎는듯... 입을 벌리고
그 경건함에 머리 조아린다. 수많은 민초들의 불심이 한거번에 쏟아져 나오는 것 같고 우리 조상님들의
지혜가 눈앞에 펼쳐져 보인다.
내딧는 발 걸음 하나하나, 숨소리 한숨 한숨도 함부러 하지 못할 만큼 조심스럽고 그 경건함의 무게가
나를 꼼작 못하게 한다. 인생을 살아가며 얼마나 많은 무거움을 앉고 살아가나?
자연 앞에 부처 앞에 아주 작고 미비한 미물에 불과한 걸?
산사의 냄새가 나의 온몸을 휘어감고 두눈과 나의 마음이 맑아진 것 같은 착각을 간직하며 해인사를
뒤로 하고 길을 접는다. 지긋이 감겨지는 눈에 무슨 글인지 모르는 글들이 판각된 대장경이 아른 거리는데
나의 뺨을 스치는 온정의 손길... 그만 일어 나란다. 너무 오랜 잠에 빠져 있다나...
아직도 차창 밖으로 비는 한없이 내리고 어딘지 모를 도로를 쉴새없이 달려가고 있고 ...
많은 분들 노래 소리에 맞추어 춤사위 벌리고 있다.
참 좋은 기회 주심에 삼미산악회 여러분 감사합니다.
오늘 오르지 못한 가야산 내년쯤 훼미리에서 준비해 보겠습니다. 그럼 좋은 일정 되시길 기원합니다.
'운조오르기 > 산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해인사 2 (0) | 2012.12.25 |
---|---|
[스크랩] 해인사 도입부 1 (0) | 2012.12.25 |
[스크랩] 내눈에 보인 중원산 (0) | 2012.12.25 |
[스크랩] 아아!!! 남한산성(2012.10.3) (0) | 2012.12.25 |
치악 - 비로봉 (0) | 2012.1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