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조오르기/산 이야기

[스크랩] 내눈에 보인 중원산

황준기 2012. 12. 25. 12:06

 

 

 

 

 

 

 

 

 

  산행후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에 산행후기방에 사진 올려놓고 차일피일 하다가 이제사 컴 앞에 앉는다. 이렇게 더운 여름날 정장에 타이 꽉매고 도심 건물속 빌딩안에서 부대끼고 사는게 참으로 허접하고 깜깜하며 불상하다는 생각에 기분 드러운데 ..... 먹고 사는 문제가 현실속에서 나를 자유롭게 놔주질 않으니 그냥 이렇게 살아가는게 최선이라,까불지 말고 지금에 만족하며 돈의 노예가 되어 살아가는 편이 오히려 행복이 아닐가 하는 사고속에 빠져든다.

 

그나마 나를 갑갑한 지옥에서 행방 시켜주는 것이  산이고 계곡이고 자연이며 내가 그들을 너무 사랑한다는 것이다. 한달 내내 스트레스 팍팍 받아가며 목구멍에 풀칠하려 뛰어 다니는 내 자신에 염증을 느끼면서 그래도 하루 산을 오르는 날을 기다리며 작은 행복감을 느낀다. 

 

몇일전 허리 이상으로 꾸부정해진 상체를 이끌고 어색한 걸음을 걸으면서도 산을 오르고 싶어 수없이 고민을 하며 용문산 주차장에 도착을 한다. 결국 비무장으로 산을 오르면 걸을수 있다는 나와의 타협으로 중원산 들머리를 앞서나가기 시작한다. 한차례 작은 능선을 오르고 내리며 산비알을 가로 질러 가더니 부드러운 산길옆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계곡을 타고 산행을 시작한다.

여름날 오전의 숲길, 무덥고 습한 일상에서 도망쳐 좔좔 흘러내리는 계곡물 소리와 이름 모르는 새들의 지저귐,짙은 나무숲 사이로 비집고 들어서는 햇살, 유명한 오케스트라의 연주 보다도 나를 들뜨고 흥분되게 함에 부족함이 없다. 온몸을 펴고 오감을 열어 숲의 노래를 듣고 숲의 향내를 마시며 숲의 체온을 받아 들이자.

아마도 한여름 오전 이시각 산은 최고의 피돈치드 수치를 기록 할 것이다. 행복하게도 이순간 나는 숲과 연예를 하는 것이고 우울한 일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놈도 애인과의 데이트에 달뜨고 흥분하고 삶의 아름다움에 미쳐 버린다.

 

이 산 이 계곡이 나에게 살아가야 하는 한가지 이유를 가르쳐 주는듯 하다.

여름산, 산비알을 오르내리며 가뿐 숨과 땀에 힘들거라는 두려움이 앞서기도 하지만 오늘 중원산에서 새로운 삶을 얻어간다. 아직 반비례 되는 일상이지만 그래도 산이 있어 나의 삶이 아름답다.

그런데 허리는 계속 아프고, 결국 어제 일요일 산행을 포기했다. 까불지 말자!!!

 

    

 

 

 

 

 

 

 

 

 

 

  

 

 

 

 

 

 

출처 : 훼미리 산악회
글쓴이 : 황준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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