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삶의 흔적

친구야 너는 아니...

황준기 2012. 11. 9.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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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너는 아니...
하얗게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내 앞에 서있던 네 모습을 기억하니...
맥을 놓은 채 차량 시트에 누우며 조금 쉬고 나면 괜찮다던 네 행동을 기억하니...
나는 너의 절박함을 깨닫지 못하고, 아니 외면하고선 나의 생활 속에 네 모습을 파묻어 버렸다.
그리곤 너는 세상에서 사라져 버렸어.

친구야 너는 아니...
석민이다 하는 전화 음성에 언뜻 수궁 못하는 나의 모습을...
네 목소리를 잊은 게 아니고 나의 귀가 너를 의심 하더구나.
이 놈을 반겨야 하나, 혼내줘야 하나...
짧지만 순간적인 생각이 들었고, 막상 마주 대하니 아무 일 없었던 거 같아.
잠시 해외 출장 갖다온 놈과 한 끼 뱃속을 채우려 식당에 앉아 있는 거지.

친구야 너는 아니...
오늘 저녁 모임에 내가 얼마나 설레고 있는지.
10년을 항상 너와의 만남을 생각하고 얼마나 설렘에 달떠왔는지.
창백한 네 모습을 지우지 못하고 너를 잡아주지 못한 죄의식에 얼마나 힘겨워 했는지.

친구야 너는 아니...
너를 만난 순간 반가움 보다는 노여움이 앞서더라.
변함없는 모습(머리가 조금 밝아 졌지만)과 건강함을 보고는 눈물이 나더구나.
10년을 수척한 하얀 얼굴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건강함을 보여주니 나는 기쁨에
마냥 들떠있다. 그리고 10년간 죄의식에 부끄러워하던 내 자신을 용서할 기회를 주게나.
이제는 나를 죄인으로 만들지 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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