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능선
임윤식
꿈이었다 나는
구름속을 오르고 있었다
바다위에는 기기묘묘한 봉우리들이 출렁이고
아직 피지못한 꽃들이 웅장한 암릉으로 이어져
하늘 향해 기어오르고 있었다
그건 승천을 위한 억겁의 몸부림,
처절한 바램이 칼날처럼 응고된 보석이었다
이곳은 분명 하늘나라 정원이었다
아! 샹그릴라
형형색색의 꽃밭과 신비스러운 조각바위들이 깊은 계곡을 수놓고
정상에는 거대한 바위성城이 동화나라를 지키고 있었다
멀리 능선 넘어 신선들의 옷자락 펄럭이고
난 구름 사이 사이를 춤추며 걸어갔다
안개 걷히고 바다가 열리자
봉우리, 봉우리들이 은밀한 속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뒤틀린 근육 결 사이로 붉은 설렘이 낭자하고
멀리 뻗어내린 가지, 가지 마다
수많은 환희의 싹들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꿈에서 깨어났다
그런데 세상에, 이건 정원이 아니었다
난 쥬라기시대 거대한 공룡의 등을 기어오르고 있었다
샛길도 없는 외길, 미끄러지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길이었다
굽이쳐 꿈틀대는 웅장한 등줄기를 타고
숨 헐떡이며 아슬아슬하게
거칠고 지루한 삶의 암릉을 넘어가고 있었다
08.10.4. 설악산 공룡능선을 넘으면서
새벽4시 설악동을 출발
비선대를 발판으로 금강굴위 장군봉을 향해 숨을 몰아쉬며 가파른 산비알을 오른다.
안부에 오르자 눈앞에 펼쳐진 화채능선이 우리를 반기고...
저 앞 울산바위가 경계석이 되며 하늘인지 바다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동해가 보인다.
금강문에 도착하니 앞으로 걸어야 할 공룡능선이 눈에 들어오고
세존봉은 헉헉 거리다보니 지나쳤고, 마등령은 왜 이리 보이지 않나?
마등령 삼거리에서 보이는 험준한 설악의 공룡
1275봉을 지나 노인봉을 걸으면서
신성봉에서 보는 천화대
(* 천화대 - 노인봉에서 비선대까지 뻗어있는 약 20여개의 바위연봉)
험봉한 내,외설악의 분수령이 되는 공룡을 우리는 걸었답니다.
저기 용아장성도 설악의 정상 대청봉, 험난한 화채봉, 그리고 서북부능선
설악의 중심에서 우린 모든것을 보았고 이야기 했답니다.
고봉들과 이야기하고 땀 흘리고 ...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언제나 다시 갈 수 있을가요?
요만큼 걸어놓고 사흘간 다리가 아파 쩔쩔 맵답니다.
이젠 한물 갔나요? 언제 다시 갈수 있을가요?
점점 체력은 떨어지고 몸은 늙어 가는데 ...
이러다 이 번 공룡길이 마지막 일지 모르겠습니다.
산행 하나하나 살아서 가는 마지막 길이라 생각하고
진지하게 ... 대면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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