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조오르기/눈에 보이는 삼각산

숨은벽의 감동

황준기 2012. 11. 9. 15:23

2005년 9월 20일 오전 10시15분 - 오후 5시 20분 흐림가운데 간혹 /햇살/ 안개


김창모님, 황준기님, 전희근


목표산행루트 : 도선사 - 하루재 - 위문 - 상원사 - 대서문 - 북한산매표소 - 버스이동

밤골 - 밤골계곡 - 숨은벽능선 - 전망대 - 숨은벽 - 밤골계곡 위 안부

- 호랑이 굴 - 백운대밑 - 위문 - 하루재 - 도선사 - 우이동 - 방학동 사우나


5시간 소요 예상


실제 산행 : 도선사 - 하루재 - 위문 - 상원사 - 계곡 자연 탐방로 - 북한산매표소

- 버스이동( 5정거장) - 밤골 - 밤골계곡 - 숨은벽능선 - 전망대 - 숨은벽

- 밤골계곡 위 안부 - 호랑이 굴 - 백운대밑 - 위문 - 하루재 - 도선사

- 우이동 - 방학동 사우나


7시간 소요

만보기 : 24,070보


거의 1년을 벼르다 숨은벽을 찾아보기로 했다.

숨은벽이 있는 줄도 몰랐다

이름도 무섭다.- 숨은벽

이곳 저곳 산행기를 보면 더욱 겁먹었다.

'웬 암릉, 암벽이 저리 무서워!!!!'


숨은벽 또한 웅장하고

그옆의 인수봉 설교벽은 어떻고?

염초봉 능선은 가끔 들어서 무섭고,

우와 ! 호랭이 굴은 얼마나 무섭길래 호랭이 굴이래 그랴 ?

가끔 들려오는 여우굴은 또 뭐꼬 !


어찌되였든지 나는 무척 겁먹고 두려웠다.

황준기님이 1년동안 가보자고 나를 졸랐지만 내가 무섭다고 말렸고

이 핑계 저핑계로 피했고 김창모님 또한 나에게 표를 던져 숨은벽 산행은 1년을 미루었다.


내나이 50.

수유동에 발디딘 나이가 12살 때

그러니까 38년을

성북구에서 도봉구로 그리고 강북구, 도봉구로 분구되는 곳마다

그리고 수유동, 쌍문동, 창동 ,방학동, 상계동,우이동 쪽에서만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 를 보며 살았고

그 삼각산만 바라보고 살았는데

왜 벽이 그뒤에 숨었다는거야 ,

신경질나게 ,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아는 삼각산을 원효봉, 의상봉, 용출봉에서,

대서문에서 보고 얼마나 충격이 컸었는데

그 이상한 모습하고는 !,

노적봉은 왜 저기에 웅장하게 서 있는거야?


내가 어려서부터 보아온 북한산으로 각인된 그리고

케네디 얼굴이 누워있는 모습으로만 보아왔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뒤에 숨은 벽이 있다고 한다.

무섭다고 하고 험하단다.

그래서 1년을 피하다가 올 추석 담담날 오르기로 약속하고는 가슴이 벌렁거린다.


위문을지나 대서문쪽으로 바로 내려서서 상원사앞을 지나고 원효봉 갈림길을 지나친다.

북한산 유원지(없어져야 할 냄새들이 피어나는 곳)를 손가래를 치며 빠르게 빠져나간후

계곡길로 길을 잡는다. 멋있다. 진짜 멋있는 계곡이다.

이곳을 잘 보존해주면 나라가 고마울텐데.........


북한산 매표소에서 직원에게 묻는다 버스 타는 곳과 숨은벽 오르는 밤골 위치를.......

버스 다니는 길로 나가서 좌측을 보면 버스 정거장이 보인다. 이곳에서 다섯 정거장이란다

친절한 버스 기사님안내로 밤골에서 내렸다. 내리자마자 산을 오르는 길이 보인다.

그길로 접어드니 황준기님이 잠깐하며, 그길이 아닌 것 같단다.

그리고 버스진행 방향으로 10여m를 뛰어가더니 이곳이 맞다며 빨리 오란다.

과연 그곳을 보니 밤골 매표소입구라 쓰여져 있다.

5분여 걸으니 매표소가 나오고

조금 더 걸으니 계곡물이 좋다. 밥 먹고 가자하여 그 계곡물에서 김밥 먹고 오르니

우와 이렇게 멋있는 계곡이 내 살던 뒷 편에 있었다니

과연 인생의 앞면과 뒷면이 다르듯 산의 앞과 뒤가 다르구먼.....


조금 전에 멋쟁이 산님 남녀에게 숨은벽 가는 길을 다시 확인하고 오른다.

계곡을 오르고 바위를 넘으니 폭포가 나타나고 그 위 너른 바위위에 물이 흐르고 백운대라는 이정표 옆에

밧줄로 출입을 금한다고 입산금지 표식이 되어있는데 누가 보아도 넘나든 흔적이

뚜렸한 곳으로 우리 일행도 홀린 듯 빠져든다.


갑자기 가파라진다.

‘드디어 험난해지는 구나‘ 하고 겁나기 시작한다.

급한 경사의 바위도 나타나고 급경사를 오르니 큰 바위가 하나 나타난다.

좌우로 갈라진 길.

좌로는 여자 두분이 점심을 드신다.

할 수없이 우로 간다.

바위사이 굴로 지나가니 분명 앞은 숨은벽이 탁 트이게 조망되고 길이 없어진다.

우측은 천 길 단애.

좌측은 엄청 큰 바위 .

그 너머에서 남녀가 웃고, 자지러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황준기님이 바위를 붙잡고 기다시피해서 건너간다.

우리보고 건너오란다.

“ 싫어 ”

“ 안가 ”

“못가”

“우리는 뒤로 돌아 길 찾아 볼거야”

황준기님 할 수없이 되돌아오며 밑이 장난 아니게 천길.......

‘ 나는 절대 못가지, 좋게 말해서 고소 공포증, 나쁘게 말하면 겁이 많아서 못가지

ㅎㅎㅎ ‘


다시 밥 드시는 두 분에게 묻는다. 잘 모르겠다고 얼버무린다.

큰 바위에 자일이 걸려있다. 그런데 그리로는 못 넘어 가겠다.

해서 다시 back, 그런데 밑으로 길이 보인다. 그리로 내려서니 편안한 길이 보인다.

어휴 밥 먹는, 아니 밥 쳐먹는 님들아 !!!! 좌측으로 길터줬으면 ......

‘ 어디 가서 산 다닌다고 하시질 마시길’


좋은 길로 오르니 남여가 웃고 자지러졌던 바위 위.

그리고 우리가 단애, 천길... 하던 그 바위 위.

아까 자일이 걸렸던 바위 위가 펼쳐진다.


너른 바위위에 두그루의 소나무도 보인다. 뒤로 돌아서니

우와 !!!!!!!!!!!!!!!!!!!!!!!!!!!!!!!!!!!!!!!!!!!!!!!!!!!!!!!!!!!!!!!!!!!!!!!!!!!

숨은벽 전체가,

설교벽이,

인수봉이, 백운대가,

밤골에서 올라오는 계곡이,

염초봉이 모두모두 조망된다.

아! 여기가 인터넷에서 읽었던 전망대 바위위구나.


웅장하다.

모든 것이 웅장하고 아름답다.


내가 말한다.

“숨은벽! 여인네 속살같다 “

그리고 속말로

“ 좋구나 ”


그런데 황준기님이 뭐라한다.

잘 안 들렸다.


여하튼

가자!

암릉을 허겁지겁 지나 해골도 보이고

이상한 반달바위도 보이고

밑은 끝없는 낭떨.... ‘무서워’

그리고 내려서니

숨은벽


황준기님이

숨은벽 시작점을 옆으로 지나 오른다.

바라보던 나도 끌리듯이 따른다,

그리고 그 큰 덩어리를 만져본다.

이내 이렇게 경사도가 심한 곳을 어떻게 아무장비 없이 릿찌로만 오르냐?

그짓말도 .......


다시 내려서서 숨은벽 우회로를 찾아 계곡쪽으로 내려서니

이정표가 보인다.


백운대 방향으로 오른다.

다듬어진 등산로가 아니라 무척 좋다.

사람이 없어 좋다.


조금 올라서니 샘이 보이고

물맛 기막히고

옆에는 ‘ 동샘’이라 쓰여진 팻말이 보이는데

다음날 인터넷을 뒤지니 그 샘이 대동샘


참 좋은 등산로를 기분 좋게 오르는데도 사람들이 별로 없다.

좀 심한 경사와 암릉이 시작 되는 듯 한곳에서

두 산님에게 인사하고

두 길 중 어느 길로 가는 것이 좋으냐니까

우측은 호랑이굴 가는 길

직진은 그냥 넘어가는 길이란다.


아하 ! 여쭙지 않았으면 호랭이굴 구경도 못하고 고개 넘어 위문으로 빠질 뻔 했다.

그런데 뒤돌아서니 황준기님과 김창모님이 벌써 직진해 오르고 있다.

나는 그럼 우로. ㅋㅋㅋㅋㅋ

짧은 릿찌로 후다닥 그런데 올라보니 길은 밑에 있더라 다시조금 내려서니

동물들이 지나는 길마냥 좁근 소로가 나있고 그 길따라 오르니 엄청 큰 바위.

바위 밑을 살피니 남녀 산님 소리가 들린다.

이내 남자님이 먼저 머리부터 보인다.

여기다.

굴이다 아주 작은 , 좁은 굴 이내 여자님이 빠져 나온다.


황준기님이 빠져든다.

갑자기 인터넷에서 저굴울 빠져나가자 마자 급경사가 나타나 후회했다고 적힌 것을 보았고 아까 전망바위에서 어떤분이 무섭다 가지말라는 소리가 귀에 맴맴...

황준기님이 소리친다. “빨리 따라 들어와“

“싫어 ”

그래도 ‘저곳을 빠져나가면 바로 백운대 태극기라고 하던데....‘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뒤 돌아선다.


넘어오니 김창모님이 뭐 했어하고 물어본다

“그냥 무서울 것같아서 돌아왔어....“


백운대 밑둥이에서 두팔 벌려 통째로 백운대를 얼싸안아본다.

인수봉 오르는 님들도 보고, 두리번도 대보고


그런데 어 ! 아하 !

어디가 나오나했더니 위문에서 백운대 오르는 계단이 나온다

위문이 약 30m정도 밑에 보인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백운산장이 나오는 줄알았다.


황준기님에게 전화가 온다. 백운산장인데 왜 안 오냔다. 우리가 빠를 줄 알았는데 ...

황님 왈 “ 너무 쉬운 코스 ”란다. 전혀 무섭지 않단다.

후회도 된다.

그래도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김창모님도 그렇단다.


백운산장에서 두부랑 막걸리를 마시고 -나는 안하고-

너무 좋은 산행을 마치면서 그리고 지겨운 도선사 아스팔트길을 내려서니 5시 20분.

일곱 시간.

만보기를 보니 ‘이만 사천 영 칠십 보‘


비록 김창모님이 디카를 깜박하고 안 가져 왔다고 하더라도

황준기님이 또 빈총 - 배터리 들어있지 않은 디카 -를 갖고 와서

(벌써 두 번째인데 첫 번째는 자운봉 밑에서의 빈총사건) 폼만 잡았다고 하더라도


오늘은 모두 용서하고 싶다.

1년을 벼르던 숨은벽의 감동이 더 컸기에 모두 용서하노라.


Scrap: 전희근의 블로그

 

 

 

 

같은 산길도 접근의 시각에 따라 느낌이 다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