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조오르기/산 이야기

겨울 지리산

황준기 2012. 11. 9. 16:15

때 : 2008년 12월 26일 - 28일
누가 : 한경수, 고보숙, 황준기...
어디 : 성삼제에서 시작, 세석에서 잠자고 천왕봉 찍고 중산리로...
날씨 : 청명


12월 26일 금요일, 유난히 매운 바람이 몰아치던 밤 우리는 유명산악회 버스를
양재동에서 밤 10시 30분경 탑승 한다.
출발하는 시점 기온이 이렇게 차가우니 산중에서는 얼마나 추울가 하는
걱정을 앞세우며 슬며시 잠을 청해본다.
28인승 버스라 좌석 공간이 넉넉한게 이동하기에는 더 없이 편한거같다.

새벽 2시 30분경 뱀사골에 도착, 된장찌개로 이른 아침을 먹고 성삼재로 이동한다.
아직 개방 시각이 되지 않아 버스안에서 산행 준비를 하며 기다린다.

등산로가 미끄럽다는 주위와 함게 연하천산장에 10시 도착, 벽소령 12시
그리고 세석대피소에 5시까지 도착하라는 명(命)을 산악가이드에게 하달받고
새벽 4시경 종주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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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어둠이 드리워져 있는 노고단 오르는길, 얼음위에 눈이 살포시 쌓여있어
꽤나 미끄럽다. 체력 안배를 위해 아이젠을 외면 했지만 더는 버티지 못하고 몸을
사리기 위해 아이젠 착용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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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속에 보이는 것은 넓은 하늘 가득 총총이 박혀 있는 별뿐...
그리고 들리는 소리... 나의 얼굴 맴도는 바람 소리 뿐이다.

별을 세고 바람의 노래를 들으며 산중을 걷다보니 저 쪽 산그리메 넘어
어둠을 가르고 오렌지색 여명을 앞세우며 장대한 햇님이 우리의 길을
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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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자 너무나 조망이 좋고 청명한 지리의 모습에 감탄을 한다.
두터운 껍질을 배껴내듯 겹겹이 끼어입은 옷들을 벗어내고 ...
산행 중간 중간 이마에 맺힌 땀을 씻어내기가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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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청명한 날씨로 인해 상고대는 커녕 지리산의 눈꽃을 보진 못했지만...
등산로를 덮고 있는 눈은 걸어가는 우리들의 체력을 너무나 쉽게 빼앗아 간다.
그래서 한컷 한컷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지리산 능선을 넘나들며 그 웅장함과 장대함에 넋을 빼앗겼고 혼을 놓은듯 하다.

산길 칠성봉(벽소령에서 세석 중간) 쯤에서 서쪽으로 지고 있는 태양이 우리가
가야할 길을 붉게 물들며 고개를 떨구는데...
버럭 걱정이 앞서며 어둠이 우리길을 막을때 나의 몸이 작아짐을 느낀다.
겨우 7시경 세석대피소에 들어서고... 앞선 자들이 준비해논 음식들을
허겁지겁 게눈 감추듯 먹어치운다.

늦음에 걱정을 해주던 산악가이드 송XX님 자신이 준비해온 음식을
나눠 줘서 시장기를 쉽게 해결했는데...
급히 구조를 나간다 하여 답례로 가지고 간 양주 한잔 따라주고 쉬이 갔다와
술 한잔 더하자고 약속했는데...
끝내 돌아와 주지않아 가슴에 아픔을 하나 새겨야 했다.

노고단에서 부터 산행을 같이 해오던 초,중등 학생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한명이 벽소령과 세석 사이에서 탈진... 구조 요청을 받았고
한 것 어둠에도 불구하고 국립공원 직원들과 구조를 갔다가...
중학생이 누워있는 들것을 들고 이송 하다가 잠시 휴식을 취하던중 저체온증에
갑자기 쓰러졌다. 응급조치를 취하고 아침 일찍 헬기로 진주 경상대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았으나 이날밤 늦게 생을 마감했다.

-- 삼가 고인의 冥福을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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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목 가기전 연하봉에서 맞은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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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출석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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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목 대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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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석봉에서 바라본 지리산 능선...
수없이 넘나든 지리건만 이번만큼 한 눈에 모든것을 보여준 적은 없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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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석에서 바라본 천왕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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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도착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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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굽이 넘실대는 지리산 능선 - 천왕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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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지리종주를 맞히고 중산리로 내려서는 지리한 하산길...
그나마 가을 하늘 같은 청명함이 우리에게 미소를 가질 여유를 준다.

어머니 품같은 넉넉함을 가진 산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오만을 단오히
내치는 냉정함을 가진 산이기도 하다.
저 푸른 하늘과 하늘로 쭉 뻗은 나무는 알고 있겠지만...
인간은 이 엄청난 자연에 얼마나 부족한가?
까불지 말자!!!


언제나 변함 없는 저 푸른 산과 같이
내 마음에 변함없는 꿈 푸르게 살아 있어
그리워 불러 볼 수 없는 그대의 이름 같이
내 마음에 변함없는 사랑 영원히 살아 있네

왜 난 사는 건지?
무엇이 삶의 목적인지?
왜 난 걷는 건지?
어디가 나의 쉴 곳인지?

그리워 저산을 바라봐 흘러가는 구름 위
내 마음에 남아 있는 모습 눈물로 가려지고
올라도 오를 수 없는 저 푸른 산과 하늘 위
무어라 내게 말하는데 나는 들리지 않네

왜 난 사는 건지?
무엇이 삶의 목적인지?
왜 난 걷는 건지?
어디가 나의 쉴 곳인지?

곡명 - 저 산 너머
노래 - 전선민
MBC-TV 드라마「산」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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