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 2006.06.11(일요일)
어디 : 불암산넘어 상명농장으로
날씨 : 맑았다 흐렸다 하며 난데 없이 빗줄기도 내리붇는 흐린 날
누가 : 황준기 홀로
어제 하루 종일 내리 붇던 빗줄기가 오늘은 잠잠해졌는지 흐림 속에 가끔 해님이 얼굴을 살짝 내밀곤 한다.
이 산 넘어 한원희 선배, 상명농장에서 향우회 모임이 있다.
개도 잡고 장어도 굽는 마을 잔치다.
모임에 가기는 해야 하고, 산도 오르고 싶고 단지 하늘의 흐림이 문제다.
주섬주섬 조그만 바랑에 비옷과 우산을 담고 산길을 택한다.
이왕 가는 길, 신작로를 버리고 산길로 접어든다. 목적지는 같고 나로서는 일석이조를
얻을 요량으로 잔꾀를 내본다.
천보사를 지나쳐 폭포약수에서 정상 반대 방향으로 산비알을 걸어 오른다.
호젓한 길에 물기 가득 먹은 소나무만이 나를 반기고, 고적하다 못해 으스스해 보이는 산길에는 사람 그림자도 볼 수가 없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이 서늘함을 피부에 느끼게 해주고 어둑어둑한 흐림과 뿌연 물기를 품은 안개가 앞길을 막아서고 있다.
그럼에도 산을 오르는 나의 온 몸에는 땀이 스멀스멀 베이기 시작한다.
어느 산마루에 올라서자 오고 가는 산님들이 보인다. 올라온 만큼 내려서야 나의 목적지겠지? 온갖 숲 내음을 맡아가며 울창한 숲길을 내려서기가 바쁘다.
드디어 불암교장 앞 군부대 초소 앞에 다다르고 찻길 따라 포장된 도로를 걷기 시작한다.
왜 안 오냐는 재촉 전화 몇 번 받고 인도 없는 위험한 도로를 곡예하며 걷다보니 저 만치
농장 비닐하우스 앞에 주차된 차들이 가득하다.
쭉 둘러 앉아 있는 마을 사람들 사이에 파고들어 주린 배를 정신없이 채워 나가다 보니 나의 배는 어느덧 맹꽁배가 되어 있고 목마름에 마셔댄 소주는 나를 적당히 취함에 빠뜨려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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