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조오르기/산 이야기

백두대간 (궤방령 - 큰재)

황준기 2012. 11. 9. 15:51

 때    : 2004년 12월 4일 - 5일
누가 : LG패션 (LAFUMA) 백두대간 종주팀, 황준기
날씨 : 꾸준히 줄기차게 내리 붇는 겨울비

산행일정

4일 : 궤방령 - 가성산 - 장군봉 - 눌의산 - 추풍령 - 금산 - 502봉 - 사기점고개 - 작점고개(야영)
5일 : 작점고개 - 용문산 - 국수봉 - 475봉 - 큰재


새벽 3시 알람소리와 함께 눈을 뜨고 씻기 시작한다.
평소에는 이른 새벽에 잠을 버린다는 것은 용서가 안 되는 행동이다.
소풍가는 날, 우리 아들같이 설레임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택시를 잡아타고 성수대교를 건너 LG패션에 도착, 새벽 5시경 서울을 떠난다.

궤방령에서 출석부로 사진기에 혼을 빼앗기고 대간 길을 시작한다.
기세 등등 산길을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 겨울비가 주룩 주룩 오기 시작 한다.
빗물이 앞을 가리고 산길은 미끄러워 조심조심 걸음을 옮기며 앞 선자의 신발 끝을 따라간다.
봉우리 봉우리 오르고 내리고 정신없이 걷다보니 고속도로(추풍령)를 만나고 고속도로 밑

농노 길에서 잠시 비를 피하며 컵라면과 김밥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고속도로를 횡단하고 철길을 지나, 마을길을 가로질러, 대간 길을 찾아 추풍령을 뒤에두고

금산을 향해 숨 가쁘게 산을 오른다.
산의 정점에 도달 했는가 했더니 까마득한 낭 떨어지기가 기다리고 있다.
톱으로 짜르듯 산을 뚝 갈라 채석장으로 쓰고 있다.

자원을 쓰겠다고 백두대간 길을 짤라 버리는 몰상식한 인간들아.

그 큰 산자락을 없애버리면 우리 후손에게는 무엇을 남겨 주나.

10년 후 대간 길을 걸을 때는 어느 산자락으로 돌아서 가야 할까.
하물며 마구 파 헤치고 철조망은 커녕 위험 표식도 없다.
채석장 사장님과 관계 공무원은 힘이 들어 산을 오르지 못하니 금산 정상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 리가 있겠는가. 온몸으로 비를 맞으며 망가지는 대간의 아픔에 눈물을 쏟는다.
비에 젖어 추위에 몸서리치는게 아니라 울분에 온 몸이 부드들 떨린다.
작점고개에 도착, 젖은 몸과 마음을 따뜻한 식사와 술, 그리고 훈훈한 인심으로 말린다.
오랜만에 텐트 속에서 침낭을 덮고 잠을 청한다. 쏟아지는 빗줄기와 기괴한 바람소리를

들으며 어느 순간 잠속에 빠져 들었다.

5일 새벽 6시 추위 속에 잠에서 깨어난다. 다행이 밤새 내리던 빗님이 멈추었다.
그래도 등산화는 젖어 있어 양말을 하나 더 끼워 싣고 아침을 먹는다.
산행은 시작되고 전날 빗길에 만족 못했기에 힘껏 조금은 바쁘게 길을 재촉한다.
용문산을 거쳐 국수봉, 그리고 하산.
이 겨울비에 무슨 산행을 하느냐고 말리던 아내의 잔소리가 생각난다.
미친 사람이라고.....
하산 주(酒) 맛이 이렇게 맛있어 보기는 오랜만이다.  이 행복이 영원하기를 바란다.


(사진 김동영 조장, 김만원님, 나, 진우석기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