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그리고 봄도 아닌 산 빛
언제 : 2006.02.11(토요일) 오후
누가 : 김창모님, 전희근님, 황준기
날씨 : 봄날이라 착각되는 포근한 날씨
어디 : 청수장 - 영추사 - 대성문 - 보국문 - 대동문 - 진달래능선 - 김도연박사묘 - 인수제
입춘이 지나서 일까? 너무 포근하고 온화한 날씨이다.
몇칠전 눈 내림을 반기며 산을 찿으나 나뭇가지 마다 매달려 있는 눈송이는 기대할 수도 없고 다행이 산길 여기저기 잔설이 남아 있음에 만족을 한다.
저번 산행보다는 발걸음이 많이 가벼워졌다. 이제는 긴 산행을 준비해도 되겠다 하는 자신감도 들고, 꽃이 피기전 아직 잔설이 남아 있을때 지리산이라도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일년 산행 준비라고나 해야 돼나? 한 번 놀램이 나의 발걸음에 엄청난 조심성을 가지게한다.
겨울도 지나가고 봄을 기대하기엔 아직 시간을 남겨둔 산길의 고적함과 몽땅 벌거벗은 숲의 거무튀튀한 빗깔이 별로 눈에 들어나지 않는 이맘때의 산행은 나 자신만의 사색에 빠지기에 아주 제격인거 같다. 눈앞에 펼쳐진 산빛깔이나 귀에 들려오는 소리 그리고 몸을 감싸고 도는 바람등... 주변의 모든 흐름들이 숨을 몰아쉬며 걸어 올라가는 나의 발걸음에 항복을 하고 길을 활짝 열어준다.
정초부터 쌓여지는 삶의 찌끄러미, 부족한 금전에 내몰리는 나의 옹색함, 한없는 손길을 바라는 아이들, 누구나 담고 사는 일상의 문제가 머리속에 가득 들어 앉아 골속을 마구 헤집어 놓는다. 이 모든 삶의 구차함을 지나치는 산바람에 훨훨 날려 보내려 힘껏 발걸음을 놓는다.
그러자 구슬구슬 커다란 땀방울이 폐부 깊숙히 스멀 거리는 온갖 잡스런 것들을 끄집어 내어 마구 토해내기 시작한다.
산행 들머리에 있는 돌무덤
아직 겨울인데 초입부터 더위를 참기 어려워 옷을 벗는다.
영추사
대성문을 지나치는 산성길에서 바라보이는 산성과 대남문
멀리 서있는 백운봉, 만장봉, 노적봉(높이 순서)
눈이 쌓여있는 산성길을 오르고 내린다.
무릎 생각없이 스틱에 의존해 미끄러운 산길을 걷는다.
아직은 무리인지 조금 걷다보니 무릎에 통증이 오기 시작한다.
조금 귀찮아도 빨리 아이젠을 했어야 되는데....
칼바위능선 - 미끄러울 텐데 정상에 산님들이 서있다.
진달래능선으로 내려서며 한 눈에 들어서는 삼각산
상산(常山)
김도연박사 묘를 지나치면서 왼쪽에 터잡고 있는 인수제는 항상 나를 반긴다.
짧은 산길(3시간 정도) 이지만 아직은 부담이 되는듯 무릎이 뻑뻑하다.
그래도 걸음마 연습이 저번 보다는 훨 괜찮다.
바싹 타오르는 입술과 갑갑한 쳇증을 막걸리 한 잔으로 축이고, 쓸어내리니 살며시 취기가 돌아 나의 얼굴에 홍조를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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